본문 바로가기

오늘도 고객께..

가을 사랑 - 도종환

가을 사랑 -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지난주 남산산책로에서 찍은 사진.. 며칠 전만해도 가을이라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제는 겨울입니다)

벌써 가을을 지나 겨울로 들어서고 있네요.
첫눈이 내렸고, 찬바람에 옷깃을 올립니다.

길을 걷다가 문득문득 이런저런 생각에 멍청히 서있는 때도 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올가을의 마지막 남산산책이라고 생각하고 갔다왔습니다.
산책로는 나무들로 둘러싸여서 바람도 별로 없이 좋았습니다.

이제 가벼운 옷차림의 산책은 어렵겠네요.
가을 산책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제 새하얀 눈을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바람에 날리면서 내려오는 하늘의 하얀 축복들을..